어렸을 때부터 몸이 선천적으로 약해서 밖에서 놀기보다는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흙을 가지고 놀았습니다. 가끔 어머니가 빨래비누를 사오시면 그 빨래비누로 조각을 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미술과 가까워지게 되었습니다.
있었죠. 여러 어려운 상황 때문에 중간 중간 포기했었고, 마지막으로 포기했던 건 29살이었어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붓을 꺾고 청량리에서 춘천행 기차를 타고 무작정 떠났어요. 경강역에서 하차해서 모래사장을 걸으며 계속 그림을 그려야 하는 이유에 대해 고뇌했어요. 그러다 나는 미술을 계속 하는 것이 숙명이라고 생각했고 받아들이기로 해서 여행을 마무리했고 다시 붓을 들기 시작했어요.
10년 전에 수목원에 들어오게 되었는데요. 수목원에서 사람의 힘으로는 이겨낼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웅장함, 대단함에 1년 반 정도 그림을 그리지 못했어요. 자연을 보고 또 보다보니까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래서 ’자연 속에서 나만이 표현할 수 있는 것을 표현해야겠다.‘ 고 생각이 들어서 작업을 시작했어요. 작품은 주로 잘 사용하지 않는 색채를 비롯해서 많은 색채를 이용하는 편이에요. 왜냐하면 색채를 잘 활용하면 보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고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작품의 이름은 모두 ’하모니‘에요. 얼토당토않은 것들이 다 들어가서 모든 것이 조화롭게 되는 걸 원해요. 생명은 기본이고 기물 등 생명이 없는 것까지도 포함해서 우리는 독립되어서 살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싶어요. 우리가 함께 연결 되어 살고 있고 우리 모두가 평등하다는 느낌을 주고 싶은 거죠.
누군가의 말을 들으면 소설처럼 머릿속에서 작은 그림부터 큰 그림이 다 그려져요. 아마 어릴 적부터 스토리들을 연결시키는 습관이 되어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남들은 부럽다고 하지만 연결되는 이야기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전 털어버리고 싶은 습관이기도 해요. 어쨌든 그림을 업으로 삼았기 때문에 머릿속에서 뭔가가 구성되면 재료를 구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것뿐이어서 딱히 어려운 부분은 없어요.
세상이 여유로워져서 사람들이 그림을 통해서 치유를 받을 수 있고, 그림을 통해서 자신의 수준을 높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신적인 여유가 조금이라도 생기면 예술 쪽으로 시선을 많이 돌리게 될 테니까 많은 사람들이 좋은 작품 안에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또 아이들과 치유가 필요한 공간에서 작품을 전시하고 아무 설명 없이 보는 사람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이것을 통해 글짓기를 하면서 자신들의 고민을 작품에 쏟아내는 작업도 해보고 싶어요.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 들어주기만 해도 어느 정도 무게가 덜어지잖아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는 자리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는 게 제 바람입니다.